터무니란 지문(地紋) 즉 땅의 무뉘란 뜻이다.
터무니란 지문(地紋), 地文이며, 영어로는 LANDSCRIPT를 의미한다.
"터무니’의 사전적 의미는 ‘터를 잡은 자취 또는 근거’이다. 자취는 어떤 것이 남기고 간 흔적이나 어떤 일이 행해졌거나 존재했음을 나타내는 증거이다. 그래서 ‘터무니없다’라는 말은 사물의 근거가 없다, 이치·도리·조리에 맞지 않다는 말로 쓰인다.
‘터무니’가 ‘터’에 새겨진 무늬에서 생겨난 말이라니 참으로 경이로운 발상이다. 우리 선조들은 터에 근거한 삶을 살아왔다. ‘천지인(天地人)’ 사상은 그야말로 땅에 대한 뿌리 깊은 주관이며 철학으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삶을 영위해 왔기 때문에 터에 대한 애착이 어느 민족보다도 강하다. 얼마 전 북한의 도발로 연평도 주민들은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고 인천의 한 찜질방에서 피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뿌리를 내려왔던 터의 무늬가 한 순간 사라지는 어처구니없는 일로 터무니없는 생활을 하고 있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안타깝다. 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흔적을 남긴 과거의 기억이 손금과 지문처럼 남아 있다. 사람마다 다른 지문(指紋)을 가지고 있듯 모든 땅도 고유한 무늬를 갖고 있다. 더러는 자연의 세월이 만든 것도, 더러는 인간들이 덧칠해져 만들어진 무늬도 있다. 그 흔적들은 무늬가 되어 역사가 되고, 문화가 되고, 개인의 가문 전통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6.25 전쟁으로 폐허된 터에서 세계 경제대국들과 나란히 어깨를 견줄 정도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기적과 같은 발전을 일구어왔다. 하지만 그 개발로 인해 상처 입었을 터가 얼마나 컸을지 생각해 본다.
터에 남아 있는 흔적과 무늬들을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지워버렸으니 그야말로 우리 사는 세상 터 모두가 터무니가 없어진 꼴이 되었다. 세상의 모든 건축물들은 자의든 타의든, 어떤 의도로 세워졌든 결국 무너지고 사라진다. 그러나 그를 받치고 있던 터는 또 다른 의미의 건물을 받아들여 무늬를 남긴다. 세(世)와 대(代)를 이어오면서 새겨진 무늬를 이어갈 우리가 거기에 있었다는 진실만은 흔적으로 남아 세월 흐름에 역사로 간직될 것이다.
터에 무조건 용도를 정해 놓고 건폐율과 용적률로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원래의 흔적과 터에 대한 무늬를 인식 존중하고, 그 터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환경과 정신, 문화까지도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터의 흔적을 없앨 수밖에 없다면 최소한 흔적의 개념만이라도 살려 컨셉을 정해 기획을 하고 시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 터를 사랑이고 터에 대한 무늬를 아끼려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이런 의미에서 “‘장소의 특성을 시각화하는 우리의 건축행위’는 그 장구한 역사를 체험해 온 땅이 새롭게 요구하는 말을 경청하는 것으로 시작하여야 하고, 온갖 예의를 갖추어 그 경이로운 언어를 들추어내 깊이 사유하며 새로운 시어를 그 위에 겸손히 지어 덧대는 일이 건축이다.”라고 말한 수잔 랭거(Susanne K, Langer. 1895-1985 미학자)의 건축에 대해 시사하는 의미가 깊다.
승효상 교수에 의하면 집이란 자연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란 것이다.
조선시대 회재 이언적의 '독락당'이나, 스웨덴의 '달라노브 하마드'의 유토피아나
모로코의 도시 '말라케시'가 사람이 멋지고 유대감을 느끼며 살았던 집의 형태라고
승교수는 말한다.
'웃음과 생각이 머무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는자 즐기는자. (0) | 2013.06.28 |
---|---|
미인대칭. (0) | 2013.06.18 |
詩를 쓰기를 원하신다면 (0) | 2011.08.08 |
[스크랩] 글 잘 쓰는 방법 20가지 (0) | 2011.08.08 |
[스크랩] 1. 한 줄을 쓰기 전에 백 줄을 읽어라 / 안도현 (0) | 2011.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