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칡 이야기

어리연 하나 2007. 12. 31. 22:23

 

칡에 얽힌 설화
옛날 숲이 울창한 깊은 산 속에 약초를 캐고 아픈 사람을 고쳐주며 혼자 사는 노인이 있었다. 어느 날 노인이 약초를 캐는데 산 밑에서 왁자지껄한 소리와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노인은 하던 일을 멈추고 일어나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그때 열대여섯쯤 돼 보이는 소년이 화급히 다가와 노인 앞에 털썩 주저 앉았다. 소년은 자신이 산 아랫마을에 사는 갈원외라는 사람의 외아들인데 나쁜 사람들한테 쫓기고 있으니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그 사람들이 누구냐는 노인의 물음에 소년은 아버지가 반역을 꾀했다는 간신들의 모함을 믿은 임금이 보낸 군사라고 했다. 가족을 모두 죽인 군사들이 여기까지 자신을 잡으러 쫓아왔지만 반드시 살아서 대가 끊이지 않도록 하여 가문의 원수를 갚으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고 싶다고 간절하게 말했다.
갈씨 가문은 그 지방 사람이라면 다 아는 충신의 집안이었다. 노인은 소년을 구해주기로 결심하고 깊고 험한 골짜기로 데려가 동굴에 숨겼다. 그 곳은 노인이 약초를 캐서 숨겨두는 곳으로 노인 말고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산을 샅샅이 뒤져도 소년을 찾지 못한 군사들은 어린애가 산 속에서 혼자 어떻게 살겠냐며 포기하고 돌아갔다. 노인은 동굴로 가서 소년에게 이제 네 갈 길로 가라고 했다. 소년은 가족도 친척도 돌아갈 곳도 없다면 노인을 부모로 생각하고 모시고 살겠다고 간청했다.
“부잣집 아들인 네가 날마다 산을 헤매며 약초 캐는 험함 일을 하겠느냐?”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하는 소년을 받아들여 노인은 소년을 아들처럼 극진히 사랑했고 소년도 노인을 친아버지처럼 따랐다. 노인은 늘 한 가지 약초를 찾아 온 산을 뒤졌는데 그 약초의 뿌리는 설사는 물론 열이 나거나 갈증이 날 때 효과가 있었다. 세월이 흘러 노인은 세상을 떠났다. 소년은 이제 장성하였고 혼자 약초를 캐려 다녔다. 그동안 노인한테 배운 의술로 많은 병자를 고쳤다. 그러나 그때까지 수많은 사람의 병을 고쳐준 그 약초의 이름을 몰라서 누가 물어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이 약초의 이름을 내 성을 따서 갈근이라고 부르면 되겠구나.”
갈근(葛根)은 갈씨 집안의 하나 남은 뿌리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 뒤부터 그 약초를 갈근이라 부르게 되었다.

출처- [지리산에서 보낸 산야초 이야기 (전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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