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생각이 머무는 이야기

연산군과 흥청 장녹수

어리연 하나 2010. 11. 23. 11:55

우리말이 가끔 재미나다 라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 말의 어원이 생성된 유래를 캐들어 가거나 어느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될 때의 기쁨이란게

이런것이구나 하고 생각해 본다.

 

'야단법석'이란 단어가 불교용어에서 생겼다는걸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야단이란 야외에 세운 단이란 뜻으로 불법을 펴는 자리란 뜻이다.

야외에 자리를 마련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듣는 자리인고로, 사람이 많이 모이다보니

시끌벅적하고 어수선하기 마련이다.그래서 '떠들썩하고 시끄러운 모습'이라는

뜻으로 언어의 내용이 변했다.

 

'을씨년스럽다'라는 뜻을 언젠가 설명한 바 있는데,1910년 일제에의해 국권이 침탈되는

을사늑약이 맺어지면서, 백성들의 아픔이나 날씨가 어수선하고 침통하게 느껴지는 상태를

말한다. '날씨나 분위기 따위가 몹시 스산하고 쓸쓸한 데가 있다'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을씨년스럽다는 '을사년(乙巳年)스럽다'란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흥청거리다'

사전적 의미로는 '흥에 겨워서 마음껏 거들먹 거리다'라는 뜻이다.

이 단어가 생기게 된 역사적 배경을 지난주 읽었던 조선왕조실록의 책 내용을 중심으로

재 구성해 보았다.이 단어는 '연산군'때문에 생긴 말이라고 하니 연산군에 대해서

먼져 알아 보아야 하겠다.

 

연산군의 이름은 '융'이었다.이조 제 9대 왕인 성종의 28남매중 한명이다.

그의 친 어머니 숙의 윤씨가 사사될 때 그의 나이 4살 이었다.

윤씨가 폐출된 후 새 왕비로 책봉된 정현왕후 윤씨를 친 어머니로 알고 자랐으나

융은 정현왕후 윤씨를 별로 따르지 않았다.

 

폐비 윤씨의 사사는 시어머니 인수대비,한명회와 김종직 등 사림세력이 가세했다.

조선 왕조 9대 왕인 성종은 12명의 부인에게서 16남 12녀를 두게되는데,

연산군은 셋째부인 숙의 윤씨 외아들이다.

 

친어머니가 아닌 또다른 윤씨의 손에 의해서 자란 연산은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지 않는

음험한 심성 이었으며,괴팍하고 변덕스럽고,학문을 싫어하며,학자를 좋아하지 않고,

고집스럽고 극단적인 성향의 소유자였다.

학문을 얼마나 싫어했던지 왕이된 후 마음에 맞지 않는 그의 스승 2명중 한명인 '조지서'를

맨먼져 처형해 버린다.그는 집요하고 자신의 잘잘못에 관계없어 자신을 질책하고 위협하는

사람을 용서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융의 나이 8세 1483년에 세자에 책봉되고,1494년 그의 나이 19세에 조선 10대 왕으로

등극 한다.

등극 후 약 4년간은 성종 말기에 나타나는 퇴폐풍조와 부패상을 일소하는 조용한

기간 이었으나,1498년 유자광과 이주돈 등의 상소로 김종직, 김일손 등 수많은 사림세력이

제거되는 '무오사화'이후 연산군은 매일같이 향연을 베풀고 기생을 궁으로 끌어드렸으며

여염집 아낙을 겁탈하거나, 자신의 큰어머니인 월산대군의 부인 박씨를 겁탈하는 등

패륜행위를 끊임없이 자행한다.

 

연산군은 전국 각지에 대신들을 채청사,채홍사로 보내,사대부의 첩과,양인의 아내와 딸

노비 ,창기 등을 가리지 않고 징발 하였으며 그 수가 1만명이나 되고, 그 중 약 2천명

정도를 선별하여 관리 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징발되어 온 부녀자를 운평,계평,채홍,속평 등 여러단계의 호칭으로 분류,

관리 하였으며 이들가운데 제일나은 자들을 '흥청'이라고 하였는데, 

연산군과 동침하여 성적으로 만족시켜준 여자는 '천과흥청'이라고 하였는데 이들은

왕조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고 호의호식을 했음은 물론이다.

그와 동침하지 않은 여자는 '지과흥청'

그와 동침을 하였으나 연산군을 만족시키지 못한 여자들은 '반천흥청'이라 분류하여

관리했다고 한다. 

 

'흥청망청'이라고 하는 이동식 러브가마를 타고. 매일같이 야외에 1천여명의

여자들을 데리고 나가 수백 마리의 암숫말을 풀어 놓고 그 말들의 교미를 지켜보고,

기생들로 하여금 거시기로 콩줍는 놀이를 하게 하면서 주색을 밝혔다니 아연 실색이다.

 

모친 숙의 윤씨의 폐비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던 연산군은 임사홍의 밀고로

자신의 친모가 폐비되어 사사된 것을 안후, 갑자년에 인수대비, 성종의 후궁들과

그 자손들, 그리고 내시와 궁녀들까지 모두 죽이는 대참극 '갑자사화'를 일으킨 이후

더욱 포악해진다.

 

이때 나타난 장녹수, 희대의 천하 바람둥이 연산군을 매혹시킨 장녹수의 매력은

무었이었던가?

제안대군의 가노였던 장녹수는 노래와 춤을 배워 창기가 되었는데, 남모르는 교사와

요사스러운 아양은 타의 추종을 허락치 않았고,연산군을 마치 어린아이처럼

다루었다고 한다.

연산군의 아명은 '백돌'인데 장녹수는 연산군을 "백돌아"라고 불렀으며,연산군은

녹수의 품을 그의 친어머니와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그녀를 좋아했고,연산군이 다른

여자를 찿는듯 싶으면 '흥청락'에서 최고 미녀를 뽑아 합방을 시켜 주었다니 그녀를 얼마나

믿었는지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서로 아픔이 있는 두 사람이 뒤엉켜 상처를 핥아주며 보듬은거는 이해가 간다.

궁중으로 들어온 기생들을 '흥청'이라고 한 바 있는데, 이렇게 연산군,기생,장녹수 등이

마음껏 떠들고 먹고 마시는 것이 '흥청거리다'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고 전해온다.

 

- 머가세님 글 -